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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는 왜 철근을 빼먹었을까? 그게 돈이 됩니까?건축 2023. 8. 9. 13:59
2023년 8월 현재 각종 매체에서 쏟아져 나오는 뜨거운 이슈중 하나는 대형건설사에서 터져나오는 부실시공이다.
속내를 들여다 보면 안타까운 현재 대한민국 건설업계의 극히 일부분일뿐인 현실을 직시하게 되며 씁쓸한 표정을 짓는다.
자꾸만 붕괴되는 대한민국 건축업계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은 쉽게 나눠보자.
1. 철근이 뭐야 ?
- 쇠 철 , 힘줄 근 자를 써서 철로만든 힘줄을 뜻하는데, 말 그대로 건물의 강성 중 인장력 과 휨력을 담당한다.
철근없이 콘크리트로만 건물을 지으면 그 건물의 기둥은 작은 흔들림에도 막대과자 부러지듯 "똑"하고 부러질것이다.
현대건축에서 콘크리트+철근 조합은 건축의 눈부신 발전에 엄청난 기여를 했다. 형상도 원하는대로 할수있는데다가
콘크리트의 변형율과 철근의 변형율이 거의 일치하여 재료끼리 따로 놀지 않아 일체성과 변형에도 아주 강하다.
2. 철근을 빼먹으면 돈이 되는거야?
- 결론적으로는 돈이 된다.
단순히 생각하면 10가닥 들어가야할 철근을 9가닥만 넣으면 재료비를 아낄수 있으니까.
예전에는 실제로 "그거 하나 빠졌다고 건물 안무너져" 의 인식으로 인해 적지 않게 발생하는 사례였지만
지금은 거의 찾아볼수 없다. 그래서 더 이슈가 되는것 같다.
하지만 이 이야기의 핵심은 재료비를 아끼려고 빼먹은게 아닌것에 있다.
핵심은 "보강철근" 이다. 위에 설명한 10가닥 중 한가닥을 빼먹었을 거라는건 "주철근"을 이야기 한다.
"주철근"은 말 그대로 주가 되는 철근 , 가장 기본적으로 배근이 된다. 하지만 "보강철근"은 "보강"이 필요한 곳에
추가로 배근되는 철근이다. 보강의 이유는 간단하다. 그곳에 "특히" 힘이 많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건설현장에 배근되는 철근 중 대부분은 주철근이다. 반대로 말하면 주철근을 빼먹어야 재료비를 많이 아낄수 있는것이지
재료비 아끼려고 보강철근을 빼먹는일은 없다는것이다.
3. 무량판구조가 뭐야?
- 없을 무, 들보 량, 널빤지 판 자를 써서 넓은 판을 들어받치는 보가 없는 구조를 뜻한다.
모든 "무게"가 있는것들은 중력에 의해 위에서 아래로 힘을 전달한다. 그것을 우리는 "하중" 이라고 한다.
건축물에서 하중의 전달은 사람이나 물건이 서있을 수 있는 "바닥"이 받고, 바닥을 받드는 "보"가 이어받아
"기둥"에 전달하여 최종적으로 건물 제일 밑에 있는 "기초"에 전달한다.
무량판구조의 아이디어는 "바닥에서 보를 거치지 않고 바로 기둥에 전달하면 안돼?" 에서 시작한다.
보를 쓰지 않으면 그곳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으니, 가능하다면 꽤나 경제적인 방법일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무량판구조의 대표적 결점은 한 사건으로 표현할 수 있겠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4. 삼풍백화점 왜 무너졌는지 알아?
- 삼풍백화점은 설계된 하중을 넘어선 과도한 하중으로
"이쑤시게가 종이를 뚫어버리듯, 기둥이 바닥을 뚫어버렸다"
그게 가능하냐는 물음에는 무량판구조로 답할 수 있겠다.
같은 힘이 작용한다면 그 힘이 작용하는 면적이 작을 수록 힘이 집중될 수 있다.
펜싱 칼끝이 뾰족하고, 못 끝이 뾰족하듯, 뚫어내려면 닿는 면적이 작아야 된다는것이다.
보가 바닥을 받치고 있을때는 보의 면적만큼 넓에 하중을 분산시켜줌과 동시에 보의 철근이 만들어내는 인장력으로
버텨주겠지만, 보가 없이 기둥만 있다면 기둥이 바닥에 닿아있는 작은면적에 집중하중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애초에 집중하중이 발생하더라도 분산시켜줄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놨을것이다 .
대안은 크게 두가지다. 닿는 면적을 넓게 하거나, 보강철근으로 뚫리지 않게 보강하는 것.
대안까지 고려하여 하중설계를 했겠지만, 삼풍백화점은 그 대안들을 제거하면서까지 무리하게 구조변경을 하였고
설계보다 더 많은 하중이 발생하도록 옥상에 중량물을 올림으로써 붕괴되는 참사를 겪었다.
5. 그렇다면 왜 ? 궂이? 무량판구조로 짓는거야?
- 답은 시간에 있다.
무량판구조가 나쁜게 아니다. 애초에 안좋은 공법이면 왜 쓰려고 하겠는가.
위에 설명한 우려들을 해결 할 수 있는 대안이 충분히 반영 되어 있다면, 보를 만드는데 드는 비용과 시간을 절약하여
시공사 입장에서는 효자같은 공법이 될 수 있을것이다.
또한 보의 두께만큼 천정을 높일 수 있어 더 높은차량도 지하로 다니도록 하여 차없는 지상을 만드는데 유리하다.
무량판구조로 하여 대안을 적용 vs 통상적인 라멘구조(기둥 보 슬라프로 이루어진 구조)로 시공
이 두가지 방법을 저울질 해봤을때 더 유리한쪽을 택했을것이 당연하지 않는가.
문제는 그 대안마저도 시간=돈 의 법칙으로 지키지 않거나 변경을 했다는 것이다.
7. 그렇게 중요한걸 알면서도 전단철근을 빼먹은거야 ?
- 원래 보강철근이 있어야 할 곳에 보강철근이 없다면 그건 빼먹은거고, 없어도 되도록 변경한거면 빼먹지 않은것이다.
구조설계 시 예상되는 하중을 버티도록 구조물의 용도에 따라 고정하중과 활화중을 계산하여
각 부재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설계 한다. 하지만 그마저도 변수가 작용할것을 고려하여
"안전율"같은 보정계수를 곱한다. 이게 무슨말이냐면
"아 원래 사람 한명 무게 버틸수 있도록 설계 해놧는데
사람 한명 무게가 다 다르니 넉넉하게 한 100kg 버티도록 해놨는데
혹시 또 모르니 한 200kg 버틸 수 있도록 x2 로 설계했어"
다다익선이다. 더 안전하도록 설계했다는데 무슨 문제가 있을까?
하지만 시공자 입장에서는 전혀 반대의 해석이 나올 수 있다.
"아 뭐야 100kg 미만의 무게만 버티면 되는 상황이면,
왜 시간과 돈을 더 들이고 200kg 버티도록 만들어야해 ??
우리계산상으로는 사람은 평균 70kg인데?
저거 언제 200kg 버티도록 만들고 있어 공기넘어가면 지체상금 물어야되게 생겼는데,
그리고 발주처에서는 100kg 버틸 만큼만 공사비 줬잖아??
다시 설계변경 해줘 내말이 틀렸어? 아니면 저거 만들수 있도록 공사비랑 시간 더 주던가
어떠한 근거로 설계변경이 되는지는 실무자가 아니면 알기 힘들다.
다만 통상적으로, 아주 오래전부터 이 건설업계에서는 위와같은 상황이 자주 일어난다.
설계시 고려를 못해서, 혹은 막상 시공해보니 상황이 달라서, 현장여건에 맞게 변경을 해가며 공사를 하는것이다.
설계변경은 아주 좋은 제도 이다. 하지만 무엇이든 악용이 나쁜거다.
이윤을 위해 부적절한 이유로 변경해 달라고 한곳이나, 알면서도 바꿔서 변경해준곳이나, 알면서도 변경승인해준곳이나
다 책임이 있다는거다. 혼자서는 저 사태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설계변경도 없이 시공사 독단으로 빼먹은 거면 더 큰 문제인건 입만 아프다.
생각해보자.
그렇게라도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곳, 그렇게라도 설계해줄 수 밖에 없는 곳, 그렇게라도 승인해줄 수 밖에 없는 곳은
무엇이 그렇게 만들었을까?
박수를 칠때는 절대 한손으로 소리를 낼 수 없다.